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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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의 WOW 이야기 (21) : 전사의 검, 전사의 혼 -2-
여기가 어딜까요.
1.
그래, 용을 잡아야 되는 거구나. 근데 둘이서?

둘은 한참 동안 막막하게 서 있었다. 어쨌거나 일단 부딪쳐보기로 했다. 오리지날 초창기 보스니 70레벨 플레이어 둘로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여전히 힐러는 없었다. 둘은 말없이 오닉시아가 있다는 먼지진흙 습지대에 위치한 용의 동굴로 향했다. 그리고 굳은 결의를 품고 동굴안으로 몸을 날…리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용의 이빨 모양을 한 바위가 우리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던 것이었다-_-; 한참 동안 삽질하다가 GM을 불렀다. 친절한 GM님께서는 오닉시아의 동굴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검은바위 첨탑에서 퀘스트를 수행해 얻게 되는 어떤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오닉시아의 동굴에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검은바위 첨탑에서 '비룡불꽃 아뮬렛'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 아뮬렛은 퀘스트 하나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호드의 수도 오그리마의 '명예의 요새'에 있는 아이트리그는 "데스윙의 자손 네파리안이 검은바위 첨탑을 지배하고 있으며, 검은바위부족의 족장 랜드 블랙핸드는 그에 복종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그의 목을 베어오라며 은근한 눈빛을 뿌리는 쪼렙 오크에게, 70레벨 플레이어 둘은 술마신 관운장처럼 큰소리를 쳤다. "렌드 블랙핸드의 머리를 베는 것쯤이야 주머니 속의 열쇠를 꺼내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라면서 바로 검은바위 첨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랜드가 위치한 첨탑 상층은 첨탑 하층에서 퀘스트를 수행해 얻게 되는 '승천의 인장'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열쇠인 승천의 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첨탑 하층의 몹들이 드랍하는 특정한 퀘스트 아이템이 필요했다. 둘은 한 시간에 걸쳐 첨탑 하층에서 돌아다니는 몹을 개미새끼 하나 남기지 않고 몰살시켰다. 그 결과 승천의 인장 딱 하나를 만들 만큼의 퀘템이 모였다. 인장은 한 사람만 가지고 있어도 같은 파티의 인원 모두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만들어도 상관없었다. 둘은 희희낙락하며 상층으로 향하는 철문을 열고 검은바위 투기장으로 달려들어갔다. 애룡 '기스'와 함게 랜드 블랙핸드가 보무도 당당히 등장하며 대사를 외우기 시작했다. 둘은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2:2였으니까.

용맹한 오크의 초록색 피부가 순간 푸르죽죽하게 변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첨탑에서 수상쩍은 괴수를 만났고, 용암에서 새 방열복을 시험하기 위해 수영하다 괴수에게 먹혔다는 미친 녀석모험가 핀클 에인혼도 만났다. 하지만 그는 구두쇠였다.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오닉시아의 둥지에 입장하기 위한 열쇠, 비룡불꽃 아뮬렛을 만드는 마지막 퀘스트는 첨탑의 사령관 드라키사스라는 용족의 피 한 방울을 아뮬렛에 뿌리는 것이다. 드라키사스에겐 졸개 두 마리가 붙어 있는데, 드라키사스는 탱커에게 가끔 불꽃을 뿜어 혼란 상태로 만들곤 한다. 그 사이 드라키사스는 다른 파티원을 도륙하는 것이다. 여러 명이 가면 어렵지 않은 상대다. 하지만 문제는, 우린 전사 둘이라는 것이었다.

S가 작전을 내놓았다. 별 건 아니라 드라키사스가 불을 뿜어 S를 바보로 만들기 전에, 내가 쫄 두 마리를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의 머리에서 나올 만한 단순 무쌍한 작전이었다-_-; 사실 그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아아, 나의 딜링 스킬은 이러한 사투를 벌이며 길러진 것이어따(…). S가 카운트를 셌다. 3.2.1. 우린 세 마리 용족을 향해, 개척시대의 무장 열차를 습격하는 인디언들처럼 용맹하게 달려들었다.

나의 검이 졸개 두 마리째를 베어내는 순간 드라키사스의 입에서 뿜어진 화염이 S를 뒤덮었다. 나는 도망쳤다. 드라키사스는 쫒아왔다. 내가 죽는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S는 같은 자리만 뱅뱅 돌고 있었다. 맞아죽기 직전 아놔 실패인가, 생각하자마자 S가 쫒아와 드라키를 다시 탱킹하기 시작했다. 수없이 나의 생명을 구해준 완소 붕대질을 하고, 나는 느긋하게 드라키사스를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반복했다. S의 피가 걸레짝이 되면, 맞고 있는 그의 옆에서 붕대질을 해 주었다. 반복했다. 계속 말하지만, 우린 전사 둘이고 힐러가 없었으니까다. 드라키사스가 넘어지는 순간, 켈타스를 잡을 때보다 더 큰 해방감을 느꼈다(…).

2008년도 2월의 일이었으리라. 오랜만에 오닉시아의 머리를 꿴 기둥이 오그리마의 대군주 룬탁의 옆에 세워졌다. 그날 수도에 있던 60레벨 이하의 플레이어들은 아마도 '용 사냥꾼 재집결의 외침' 버프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용의 머리를 벤 자의 이름이 수도에 외침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이래서 와우의 퀘스트를 좋아한다. 역사에 관여하고, 유저가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공들인 퀘스트가 아제로스라는 세계 곳곳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게임은, 잘 만든 게임이다. 명작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겠다. 쿠엘세라를 만들고 싶어하는 또 다른 모험가의 의욕을 꺾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초록빛 귀티가 잘잘 흐르는 귀족의 검 쿠엘세라는 용의 피로 담금질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둘의 손에 들어왔다. 뿌듯하게 한 번 들어 /환호 하고는 소중하게 창고에 처박아 놓았다. S는 요즘 둘이서 썬더퓨리를 만들어 보자고 꼬시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사양하고 싶다.

전사 둘로는 넘을 수 없는 난관이 닥칠 때마다, 귀찮은 내색하며 도와주신 TG 공격대원에게 감사드린다.
by 달빛이야기 | 2008/05/03 10:22 | WOW 이야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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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망인제조기 at 2008/05/03 13:46
쿠엘 제작 축하 드립니다.
뽀대로는 퓨리가 훨씬 좋기는 한데, 재료의 케압박이 심해서..
가끔저희섭(얼라)에도 퓨리작업을 위해서 화심 2네임드만 가는 팟이 종종생깁니다(용병고용팟...무조건 30골지급에 족쇄 나오면 300골이던가..ㅡㅡ;;;)
Commented by 제드 at 2008/05/04 00:22
ㅋㅋㅋㅋ 축하드려요
제일 위의 우클릭하는 석상은 울다만의 그것과 같군요
Commented by Lunewolf at 2008/05/04 14:43
마지막에 감동적인 멘트가 인상적이군요[...]

전 내색 '없이'로 읽었다가 다시 보고나서 '어?!' 했었[...]
Commented by 아돌군 at 2008/05/05 09:33
썬더퓨리는.....정말.;;

매주 끊임없이 '족쇄직팟 갑니다, 족쇄드랍시 명당 300골씩 드림'이라고 외치는 분들을 보면서.. '저걸 어떻게 해..'라며 고개를 젓게 만들더군요.
Commented by R쟈쟈 at 2008/05/05 22:28
....간단하게 말씀하셨지만 그뒤에 숨어있을 긴 여정이 눈앞에 선합니다^^;;

호드의 오닉퀘야 욕나오는 길이로 말좀 많았지요^^;;; 거기에 승천의 인장이라니...OTL

언제나 좋은글 잘 보고있습니다^^ 달빛이야기님은 글을 잘쓰셔서 볼때마다 무릎을 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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