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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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하나로 반하게 하라
오바마(위)의 연설은 힐러리와 달리 감성에 호소한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보다 어려 보였다. 오바마가 연설하는 1시간 동안 청중은 존경과 애정, 흥분이 뒤섞인 모습으로 경청했다. 이들 열정적인 지지자를 ‘오바마니아’라고 부른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흑인 유권자의 78%가 오바마를 찍었다. 그들은 아침 7시부터 투표소에 나왔다. ⓒReuters=Newsis, edited by fxman.

1.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부터 집어들어야겠다. 20·21호의「'오바마니아'가 미국 바꾸나」기사(84페이지)는 마치 보석처럼 빛났다. 독자가 현장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받는 기사가 바람직한 르포의 전형이라면, 해당 기사는 꼭 그랬다. 덕분에 휙휙 넘겨지던 시사인의 페이지는 한동안 국제in 섹션에서 멈춰 있었다. 85페이지 지면의 2/3을 할애한 오바마의 사진(위)은 시사IN 19, 20, 21호 가운데 가장 박력있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이었고, 효과는 충분했다. 사실 이 기사 때문에 다른 기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정도였다.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판 시사IN 기사(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1)에서의 오류다. '사과나무'라는 한 네티즌은 기사의 덧글을 통해 "공화당원이 민주당 경선에, 민주당원이 공화당 경선에 참가할 수 있는 점이 미국 경선(프라이머리)의 특징"이라는 내용을 두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모든 예비선거가 오픈 프라이머리로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뉴욕 주(州)같은 경우는 소속 정당의 후보에게만 투표할 수 있다. 선거제도는 각 주마다 다르며 프라이머리 외에도 코커스 등의 복잡한 선거제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호라, 나같은 이와 다른 열성 독자로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집으로 보내온 배달판에서는 오류가 지적된 대목이 삭제되어 있었다. 궁금했다. 단순히 지면이 터져버린 탓에 기사를 잘라낸 것일까, 아니면 인터넷 덧글에 대해 보인 기자나 편집부의 피드백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가능성은 낮지만 후자라면 솔직하게 감탄할 뿐이다. 이는 끊임없이 독자의 반응에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기사를 보며 느낀 것이 있다면, 벙벙한 인터넷의 세로읽기 기사와 레이아웃이 갖춰진 잡지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비디오가 아니라 영화관에 가서 보아야 하는 볼거리가 있는 것처럼, '이런 기사'는 잡지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필 받는 기사 하나가 다음호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다. 역시 화두는 읽을거리의 충실함이다.

2.
특별 기획과 커버스토리로 각각 다룬 아파트 값 순위 기사와 총선 출마예상자 기사. 힘을 주고 썼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 기사였다. 28페이지에 달하는 그 양만큼이나 발품을 열심히 팔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별기획 2번으로 나온 10인의 책 이야기도 열 명의 이야기 모두 말랑말랑했다. 읽는 맛이 있었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커버스토리「18대 총선 정계 새판 짜기 신호탄 되는가」기사의 톱 사진(우측)이리라. 국회의사당이 찍혀있을 뿐 어떠한 의미가 행간에 숨어있는지 우매한 나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혹시 검은 바탕에 흰 색의 제목과 전문을 깔기 위해 고른 것일까. 만의 하나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 무려 2400여명의 후보를 조사한 기자들의 노고는 칭찬할 만하나, 포장 때문에 기사의 임팩트가 빛이 바랜다면 안타까운 일 아니겠는가. 전에도 강조했지만 글씨를 견고딕으로 키운다고 해서 기사에 임팩트가 더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디자이너의 스타일이라면 더 할 말이 없고,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어쨌거나 단순한 리뷰어니까 말이다(웃음).

3.
19호는 대부분의 기사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다. 고만고만했다고 해야할까. 딱히 집어낼 부분은 없었다. 태안 反삼성 감정을 다룬 커버스토리는 괜찮았다. 르포에서 사고 원인, 자원봉사자를 조명하고 법과대 교수의 기고를 더해 유럽 프레스티지 호의 사고로 끝을 막았다. 5토막으로 된 펀치는 꽤 묵직했다. 특집으로 준비했던「이명박과 88만원 세대」기사도 나쁘지 않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서 하나의 코드를 뽑아냈다. 「이념, 계급 따위는 가라. 우리 노선은 '먹고사니즘'」 충분히 공감하고 있던 제목과 내용이었다. 아주 사소한 불만이 있었다면 특집면이 너무 뒤에 붙어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사족을 달자면, 시사IIN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만하다는 뜻이 아니다. 진실된 독립 언론이 소위 '한방'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실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우에서다. 한 친구는 시사IN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믿을 만한 언론이지만, 이제 중도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다'고. 21·22호 8페이지에 실렸던 독자와의 편지 내용이 문득 생각난다. 연극평론가 김소연씨가 비슷한 말을 했었다. "시사저널 시절에 있었던 리버럴한 중간파 성향이 엷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얼마 전 이명박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조선일보의 진성호 기자가 "사실이 100이라면 언론은 20이나 30을 전달한다"고 말해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그 말이 일부 진실에 부합한다고 본다. 20이나 30만을 '전달해야만 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언론이라면 어디나, 그것이 보수든 진보이든 일관된 하나의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재단한다. 취재기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실을 기사로 쓴다. 그들의 눈으로 본 첫번째 게이트키핑이다. 그리고 팩트는 일진, 차장, 부장, 국장까지 이르는 수많은 프레임을 통해 깎여나간다. 그날 뉴스의 화면과 지면에 실린 내용은 수도 없이 많은 손길을 거친 세상의 축도(縮圖)가 된다. 애초부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잘려나가는 것이다.

국민이 알고 싶어하건, 알고 싶어하지 않건간에.

그렇다면 시사IN은 어떨까. 그들의 잣대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까.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지금의 나는 시사IN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 위치에 있지 못하다. 아주 단순한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사실을 지면이 허락하는 한, 그리고 가능하다면 중립적으로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게다. 다른 곳에는 씨알도 들어박히지 않을 이야기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얘기다. 그것 하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팩트를 전달한다. 그리고 독자가 심판한다. 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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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이야기 | 2008/02/21 16:06 | CCL PRESS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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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라휘-르 at 2008/02/21 17:15
1. 얼마나 멋진 기사였을지 궁금하군요. 가서 한번 보고 와야 :)
Commented by 미리내 at 2008/02/21 20:20
문외한이지만 세상이 한 쪽으로 편향적이라는 것을 인식한 바에는 다른 쪽으로 좀 오버하는 매체도 있어야 하는 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팩트를 잘 못 전달하는 일이 없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Commented by 루크 at 2008/02/22 22:30
이야~ 맨 윗 사진 멋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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