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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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hours Buddism Channel online
1.
외할머니 댁에 있는 TV 브라운관 하단에는 선명하게 'GOLDSTAR'라는 은빛 글자가 도드라져 있다. 물론 원래는 금색이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손때가 타면서 금박이 벗겨져버린 것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화석과도 같은 물건이다. 며칠 전에 외할머니께서 지지직거리는 TV를 가지고 한창 씨름하는 것을 보았다. 보통은 세 번 정도 세게 치면 지직거림이 좀 줄어지는 편인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한 네 번을 치니까 안에서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TV 화면이 회색으로 변했다. 먹통이 됐다.

꺼지기 전까지, 그나마 지직거리는 모래알들 저편으로는 모 법사님의 설법이 한창 열기를 더해가고 있던 중이었다. 가해자인 외손자는 어쩔 줄 몰라하며 외할머니를 돌아보았다. 외할머니도 내 얼굴을 쳐다보셨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운명하셨습니다. 이제 꿈도 희망도 없어. 외할머니는 머리를 감싸쥐셨다.

2.
우리집 금성 TV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더구나 가해자가 피해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인지라, 그저께 TV를 하나 놔드렸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귀뚜라미 보일러 놓아드린 느낌인데, 당연하게도 49인치 벽걸이 TV가 아니라 좀 멀쩡해 보이는 작은 TV다. 첫 월급을 탔을 때 빨간 내복도 못 사드린데다, 언제나 쿨쿨 늦잠을 자는 불초 외손자를 깨우시느라 고생하신다. 더이상 TV를 때리는 모습까지 보고 싶지는 않더라. 어쨌거나 24시간 불교방송 체제가 다시 구축됐다. 집에 들어와보면 드라마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TV 채널은 불교방송 고정이다. 그런데 가끔 집에 들어오면서 보면 이상한 아줌마들이 막 춤추고 있는 모습도 나오는데…불교방송에서 대체 무슨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그리고 이제 레슬링이라든가 박지성이라든가 란제리쇼라든가 깨끗한 화질로 볼 수 있다.
by 달빛이야기 | 2008/01/03 16:35 | SUPER TALK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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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ystall at 2008/01/03 16:44
불과 몇 년 전 불교방송에서 '별나라 손오공' 다시 틀어주는 거 보고선 화들짝 했지요. 그것도 '불교관련 컨텐츠'긴 했지만 뭐랄까..
Commented by 너프 at 2008/01/03 16:49
음..저희 외할머니는 바둑을 모르시지만 바둑TV를 애용하십니다. TV켜놓고도 잘수있다는 메리트가 있다는군요. 왠지 공감(..)
Commented by Shirou君 at 2008/01/03 18:17
좋은 일을 하신겁니다.^^
Commented by ALbaTro at 2008/01/03 21:30
마지막 줄을 읽고나서 '염불은보다 잿밥에 맘이 있다' 라는 속담이 떠오르는군요 ~_~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8/01/04 00:25
저도 [별나라 손오공]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주성치의 서유기였나, 다른 서유기였나도 했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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