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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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 살의 마지막 날이 여섯 시간 남았을 때
1.
인스턴트 커피, 설탕, 프림을 두 스푼씩 탔다. 맛도 없고 이빨이 노랗게 된다고 하기에 평소에 기피하던 음료였건만 이십대가 삼 년 하고도 여섯 시간 남았는데 그깟 것이 대수랴. O모님의 블로그 덧글에 누군가가 '나의 이십대가 몇 시간 남았다'고 하더라. 소풍 온 유치원생들을 발견한 연못 안의 개구리마냥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두 모금도 채 마시지 못하고 창 밖으로 컵을 내던졌다. 너무 달았다. 매년 반복되는 약간의 씁쓸함을 곁들여, 누구나 하는 간단한 고민을 떠올렸다. 올해도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닐까. 쌓아놓은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올해 초에 지키기로 한 약속을 과연 스스로 지킨 것일까.

2.
토익점수는 여전히 낮다.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원어민과 나 사이엔 은하계 30개의 지름만큼이나 커다란 갭이 있다. 자격증을 따볼까 생각했지만 여전히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는 못했다. 책 100권을 읽기로 했건만 그 삼분지 일을 갓 독파했을 뿐이다. 연말정산을 해보았더니 하도 구두쇠처럼 굴어서 돈을 토해내게 생겼다. 별일 없으면 주말이면 레이드를 하는 와우저의 몸이 되어 버렸다. 더군다나 알고 지내지 말아야 할 사람, 모르는 것이 좋았을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버렸다. 무엇보다 솔로가 되어버렸다(웃음).

물론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운좋게도 원하던 직군의 회사에 입사했고, 기자가 됐다. 케냐의 파파 꼬마애가 부친 여러 통의 편지들도 받아보았다. 유니세프 후원도 시작했다. 어떤 아가씨에겐 커다란 수제 털모자를 받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에 가면 마실 수 있는 핫 초콜릿과 읽을거리인 '연을 쫒는 아이(할레드 호세이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 당신의 승진도 멋진 연말 선물이었다.

올해도 가장 드라마틱한 일년이었다. 파란만장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한해였다.

3.
이곳을 찾아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정말 고맙습니다.
by 달빛이야기 | 2007/12/31 18:01 | SUPER TALK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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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rthSage at 2007/12/31 18:03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새해엔 꼭 밥 살게요 :)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7/12/31 18:07
어 근데 나 야근이다. 보신각 타종의 굉음을 회사에서… 악몽같군.
Commented by 라휘-르 at 2007/12/31 18:15
.............31일에 야근이라니 ㅠ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D
Commented by Shirou君 at 2007/12/31 19:06
오늘같은 날 야근을...;;;
기운 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Commented by laystall at 2007/12/31 20:04
푸왁. 스, 스물 여섯. 저와 비스무레 하신 나이시려니 생각했건만. 어엉엉. 제 20대는 앞으로 4시간 쯤 남아있네요.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08년에 복 많이 가지시길 바래요. :)
Commented by 猫僊飛 at 2007/12/31 23:35
힘내세요. 여긴 병원이랍니다.(....)
우리 함께 힘찬 2008년을 맞아보아요.<-
Commented by MrNoThink at 2007/12/31 23:5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9분 빨리 인사드립니다.
Commented by 신디엄마 at 2008/01/01 00:24
직업을 가진 남자 나이 스물 일곱과 고시생 여자 나이 스물 일곱 사이에도 은하계 14개 반의 지름 만큼은 간극이 존재하는 것 같군요. -_-
그리고 인스턴트 커피는 이빨만 노래지는게 아니라 건강에 유해한 성분이 많다고하니 드시지 마세요. 나이 먹으면 건강 밖에 없다더군효..
여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상 댁과 나이도 같고 올해 솔로부대 복귀 사항도 동일한 사람이었습니다.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8/01/01 02:23
셍지 / 즉시, 냉큼, 당장, 빨리 사셈.

랖본좌 / 우왕ㅋ굳ㅋ 랖님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시로군 / /엉엉 언제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복받으시길.

Laystall님 / 제가 대체 어떻게 보였길래 그렇게 생각하셨단 말입니까. 차마 묻기 두려워지는군요-_-; 08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猫僊飛님 / …병원보다야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것이 행복한 것이겠지요. 부디 힘내시길. 쾌차를 빌어드리겠습니다.

Mrnothink님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41분 늦게 인사드립니다.

신디엄마님 / -_-; 올해 쓱쓱 합격해버린 고시생 친구들을 보면 그다지 그런 생각이 들질 않더군요. 올해 합격하면 부디 밥이나 한끼 사주십쇼. /굽실굽실

근데 마지막 줄이 심금을 울리네요. 나중에 부족한 케이크분이나 채워드리도록 하겠습니다-_-;
Commented by tracy at 2008/01/01 05:2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8/01/01 10:29
저런, 부끄럼쟁이 뜨레님이시군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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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헤헤^_^
by 달빛이야기 at 10/06
정말로 신장 팔 것 같습니다...
by 달빛이야기 at 10/06
오랜만이예요. 역시 감사 ..
by 달빛이야기 at 10/06
아 저런...-_-; 축하를 ..
by 달빛이야기 at 10/06
전 가우루에요!
by AKI☆ at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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