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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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의 WOW 이야기 (15) : 공격대 파괴자 -3-
이달의 와우 캠페인
1.
"…내 백성들은 마법에 중독됐지. 태양샘이 파괴되자 지독한 금단 현상이 발생했다."
12월 8일, 오후 5시 24분, 한때 나루의 비행선으로 쓰였던 폭풍우 요새의 첨탑.
"미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중단하기엔 이미 늦었다. 이젠 아무도 날 막지 못해! 셀라마- 아샬라-노레-!!"

블러드 엘프 혈군주 켈타스 선스트라이더의 기다란 대사가 시작됐다. 다섯 번째 트라이였다. 쫄들의 리젠시간 두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기에 이번에 잡지 못하면 처음부터 진행해야 했다. 다들 무감각해져서 /조롱 /오우거 따위를 하며 몹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켈타스가 손짓을 했다. 4명의 조언가들이 공격대를 향해 차례로 달려들었다. "각오 단단히 해라!!" "피에는 피를!" "신도레이의 시대가 왔다!" "아나랄라 벨로레!!" 모두의 머릿속에 아드레날린이 활발하게 분비되기 시작했다. 마우스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카퍼니안은 6시, 탈라드레드는 8시, 생귀나르는 5시, 텔로니쿠스는 1시. 지정된 자리에 조언가들을 눕혔다. 그 즉시 켈타스의 무기고에서 7개의 무기가 튀어나왔다. 나는 둔기를 잡고 탱킹하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딜이 모자랐다. 광역이 늦었던 탓인지 무기들도 잘 죽지 않았고, 특히나 둔기가 눕기까지 유독 오래 걸렸다. 무기들이 전부 눕기 전에 3차전이 시작됐다. 켈타스의 홀 각 방향에 죽어있던 네 명의 조언가들이 일제히 부활해 공격대를 향해 육박해왔다. 밀리 클래스들은 도검과 단검을 집고 약속된 대로 생귀나르를 향해 달려갔다. 글렀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무기가 살아있는 채로 3차전이 시작되면, 돌아다니는 탈라드레드에게 하나 둘씩 누워가면서 우르르 무너지는 것이 우리 공격대의 정해진 전멸 수순이었다. 어쨌건 내가 할 일은 해야만 했다. 생귀나르의 뒤를 잡고 패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맘때즘 올라오던 'XXX님이 죽었습니다'라는 노란색 메시지들이 보이질 않았다.

황급히 'O'키를 눌러 공대창을 열었다. 조언가들이 깨어난 지 30초가 지났음에도 빨간색 아이디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사망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잘하면, 잘하면 깰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른 공대창에 타이핑했다. "노다이입니다. 침착하게 할일만." 공대창을 나만 열어본 것은 아니었다. 각 오피서들도 '침착하라'는 경보를 연신 울려댔다. 어쩌면 오피서들이 제일 당황한 것은 아니었을까-_-; 공창에는 아무런 대꾸도 올라오지 않았다. 요컨대 각자가 채팅창에 신경쓸 틈도 없이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깔아뒀던 빅윅 애드온이 켈타스가 깨어나기까지 5초 남았다고 경보음을 삑삑 울려댔다. 동시에 생귀나르가 풀썩 하고 쓰러졌다.

밀리클래스는 일제히 흩어졌다. 도적 둘은 정신지배당한 공대원들을 풀어주러 달려갔고, 나와 도적장 K는 화염구와 불덩이 작열을 차단하기 위해 곧장 켈타스로 달려갔다. K와 내가 뒤를 잡는 순간 켈타스가 깨어났다. 그의 손짓에 홀 곳곳에 거대한 폭음이 들리며 불구덩이가 솟았다. 그의 장기인 플레임 스트라이크(+36 근접 (1d10+20/15-20/x2에 1d6 화염 피해 추가)였다. 불사조가 소환되어 주변 공대원들에게 화염을 내뿜기 시작했다. "발밑 조심!!"이라고 타이핑하자마자 내 전사가 픽 하고 쓰러졌다. 켈타스 뒤에 시전되었던 플레임스트라이크를 미쳐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공격대창에는 일순간 활기가 넘쳤다. 아놧ㅂ

2.
우리 공대에는 로맨틱하지 못한 징크스가 있다.

헤딩몹의 경우
달빛이야기님이 실수로 '먼저' 누우면
그 몹은 반드시 잡는다


…미신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지금껏 적중률이 너무도 좋았다. 카라드레스와 레오테라스, 알라르와 모로그림이 그랬다. 솔라리안과 바쉬도 누워서 시체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히드로스를 제외하고는 그 징크스가 여지없이 적중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풀썩 하고 쓰러지자 사람들은 광희난무했다. 성급한 사람들은 "달빛님이 누웠으니 이제 잡았어요!!"라며 공대창에 외치기도 했다. 같은 파티의 도적들은 태양왕의 홀이 드롭되면 어쩌나 하고 포인트를 계산해보기 시작했다. 나를 제외한 공대원들은 T5 갑빠에 대한 꿈에 부풀었다. 이건 뭐 이미 잡은 거나 다름없다는 투였다. 어, 나는 그때부터 공략이 실패하길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켈타스의 HP바는 무정하게, 그리고 속절없이 깎여내려갔다.

그리고 잡아버렸다.

우리는 그렇게 나의 힘으로 공격대 파괴자, 켈타스 선스트라이더를 넘어섰다. 딜이 약간 모자라더라도 자기 할 일만 하면 잡히는 보스, 혼자 남게 되면 별볼일 없는 전형적인 집단전 보스라는 사실도 동시에 깨닫게 됐다. 덕분에 그 다음주의 켈타스는 단 한번의 시도로 잡을 수 있었다. 우리는 하이잘에 진출했다.

동시에 나는 딜러로서의 존재가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_-; 이번에는 꼭 두 발로 버티고 서서 보스를 잡아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달빛님이 누워서 쉽게 잡았어요!!"라며 고마워(?)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했다. 아놔 누가 누워서 보스 잡는 걸 바라보고만 싶겠는가. 나도 쓰러진 보스의 머리 위에 발을 걸치고 스크린샷도 박아보고 싶단 말이다. 특별히 생석이나 특치나 붕대질에 신경쓰지 않는 것도 아닌데 자꾸 눕는 이유는 뭔가. 역시 너무 무모한 플레이를 하는 건가 나.

힐러진 특별 전달사항이 떨어졌다. 특별히 '하이잘 보스전서 메즈나 도트 걸리면 달빛님은 급장으로 해결하라'고 했다. 힐러들이 힐을 안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맨탱이 내게 틈나면 보스 가로막기를 하라고 강요하기 시작했다. …공탈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어.

3.
12월 5일, 14시 36분 내가 쓴 카페글.

그 네임드는 쉽게 잡는다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슴다.
더러운 트롤 쿠기와 마그를 갔었는데 다들 딜은 잘나오더군요. 마그 풀려나기 전에 5역술사까지 거의 처리가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딜만' 잘나온다는 거. 큐브클릭 못해서 파멸의 회오리에 다들 뒈져나가더군요. 유하게 그렇게 3트를 흘려보냈습니다.

이제 막트, 지진땜시 콩콩 뛰어다니다가 마그 앞으로 가게 됐습니다. 저를 눈독들인 마그의 적절한 회전베기 ㄳ. 천한 분무전사따위 전부 안해줍니다.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으려니 웬걸, 사람들이 큐브클릭 졸라 잘합니다. 깔끔한 원킬 ㄳ with 더러운 쿠기의 비웃음. 기분이 좀 미묘하더군요. 제가 켈타스나 바쉬때 맨탱 가로막기로 맨 먼저 급사하면 아, 보스 원킬하겠구나 하고 생각하십셔. 그렇다고 힐 안주시면 안됩니다.

힐러A 오 좋아 힐안드리면 켈타원킬하겠군요! 07.12.05 22:55
맨탱S 저는 우버몹 트라이시, 이상하게 음식먹고 음식버프만 생기면 전멸하는 징크스가 있습니다..잡고난몹은 음식먹고 잡아도 잘만 잡히는데..이상하군요 07.12.05 23:03
술사C 상황봐서 적당히 자결하삼 07.12.05 23:45
힐러E 켈타스 풀리자 마자 무희 쓰고 초 극딜 부탁드립니다! 07.12.06 04:24
힐러E 아 구축을 지우는것 잊지마시구요! 07.12.06 04:24
술사K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큭큭 /하하 07.12.06 17:14
드루S 소비 아이템 13개 있는거 있으면 이상하게 안됨 07.12.06 23:43

술사C 눈물나네요. 죽어주신 달빛님께 감사!! 07.12.08 19:43 <=
by 달빛이야기 | 2007/12/20 12:13 | WOW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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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팬텀 at 2007/12/20 14:42
제 친구도 비슷한 해당사항인데
꼭 자기가 일이 생겨서 레이드에 참여하지 못하면 진도가 나가는 친구가 있습니다

성물함 처음으로 잡을때도 그자리에 없었고
한달내내 참여하다가 하루 빠졌는데 그날 일리단을 잡았더라고 하더라구요

딜은 언제나 1,2등을 유지하고 컨이며 센스도 다들 알아주는 실력인데도 그렇더라구요
친구 자신도 회의감이 많이 든다고 말을 많이 했는데...
아키몬드 첫 킬때 그자리에 있음으로서 그 징크스를 한번에 날려버리더군요
(물론, 전 옆에서 네가 있어서 오늘은 못잡는다고 계속 놀려대었지만...)

얼른 징크스를 날려버리시길 기원합니다^ㅡ^
밸리타고 와서 너무 장황하게 써버렸네요;
Commented at 2007/12/20 15: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라휘-르 at 2007/12/20 15:33
앜ㅋㅋㅋㅋ 달님 ㅠㅠㅠㅠㅠㅠㅠㅠ
헤딩몹은 누워야 잡는거군요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DarthSage at 2007/12/20 17:09
그저 눈물만 ㅜㅜㅜㅜㅜ
Commented by Freiheit at 2007/12/20 17:55
...눈물나네요
Commented by 카레 at 2007/12/20 18:47
초고수의 급장컨트롤.
이제 구축도 못받으시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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