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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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의 WOW 이야기 (14) : 공격대 파괴자 -2-
첫 부캐릭터, 새로운 네이밍 개념을 선도하는 성기사 튕김내숭새침부끄.

1.
「화려한 흑색 갑주를 걸친 그의 육체는 진홍빛의 망토에 감싸여 있다. 당당한 모습에서 굳건한 전사의 의지가 느껴진다. 하이 엘프 특유의 빛나는 금발과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강렬한 눈빛은 음울한 느낌을 주며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심어준다. 그의 주변에는 녹색의 마법구 몇 개가 떠다니는데, 그것들의 움직임은 주인의 이동과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손에 들려진 거대한 양날검의 검신에는 강력한 엘프의 룬이 새겨져 있다.」출처는 Warcraft - Manual of Monsters(Blizzard official rule book).

누군지 금방 알아챌 것이다. 공격대 파괴자, 폭풍우 요새에 도사린 블러드 엘프의 혈군주. 켈타스 선스트라이더다. 공격대 파괴자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는 말 그대로다. 수많은 공격대가 켈타스의 벽에 막혀 분열되고, 깨지고,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너프 전까지만 해도 막공은 물론 정규 공격대에게도 켈타스는 일종의 벽이 되어왔다. 4명의 조언가와 7개의 전설급 무기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이들을 물리쳐야 비로소 켈타스의 옷깃에 칼끝이나마 대볼 수 있다. 5단계로 구분되는 공략에는 복잡한 택틱이 요구된다. 호흡이 맞지 않아 한 사람이라도 자칫 실수하게 되면 바로 스물 다섯 명의 전멸로 이어진다. 그런 보스다.

켈타스전을 더 짜증나게 만드는 숨은 복병도 하나 있다. 시간 제한이다. 공격대는 폭풍우 요새에 들어서서 바로 켈타스에게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보스의 앞에 도열한 중간 졸개들을 잡으면서 가야만 하는데, 이놈들의 리젠 주기는 두 시간이다. 요컨대 그 안에 보스를 잡지 못하면 다시 입구에서부터 졸개를 잡으며 터덜터덜 걸어가야만 한다는 얘기다. 켈타스 공략은 20분 가까이 되는 장기전이기에 서너 번, 많을 경우 대여섯 번의 트라이가 가능하다. 연이은 실패로 인해 '던전을 다시 처음부터 진행하는 일'은 공격대 사기를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일반몹에게서 에픽이라도 줄줄이 떨어지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2.
전에 "켈타스따위 2진수짜리 데이터에 불과해"라고 나불댔던 것 같은데, 역시 말이란 섣부르게 내뱉는 것이 아닌 듯하다. 지난 3주일 사이 우리 공격대는 주당 이틀간의 공격대 일정 중 5일을 트라이에 소모했다. 토/일요일이라는 주말 공격대의 일정상 거의 대부분의 자원을 투자한 셈이다. 하지만 켈타스는 호락호락 정복되지 않았다. 입싸게 지껄인 벌이라도 받는 듯했다-_-;

사실 다른 공격대들을 지금껏 막아섰던 벽이 우리 공격대만 호락호락 통과시켜 줄 리 없었다. 요행을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자만이었으리라. 딱히 우리 공격대의 딜링과 힐링, 탱킹 방법이나 스펙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순전히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복잡한 택틱에 적응하는가의 여부였고 그 다음은 호흡의 문제였다. 이전 단계의 던전에서 닥딜, 닥탱, 닥힐만을 강요당했다면, 켈타스는 거기에 더해 충실한 역할 수행을 요구했다. 생전 처음 보는 길다란 공략에 모두가 당황해 버린 우리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정체된 공격대가 겪는 가장 무서운 상황, 분열이었다. 전황 데이터를 수집하는 wws를 구동해 보니 상황은 가관이었다. 특급 마나 물약(특마)을 하루에 50개, 말 그대로 물마시듯 먹는 열성 힐러가 있는가 하면 단 하나의 특마도 마시지 않는 팀원들도 있었다.

1초라도 아쉬운데 특급 치유 물약(특치)를 마시지 않고 전투중 느긋하게 붕대질을 하는 공격대원들도 눈에 띄었다. 그런 인원이 전체 공대원의 40%를 차지했다. 그 때문에 속이 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게다. 진즉 그 꼴을 지켜보던 오피서 채널은 더했으리라. C님은 한마디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고 표현했다.

운명의 그날은 지지난주 일요일이었다. 처음에는 지적이었다. 저 사람은 쿨마다 특마를 빠는데 왜 당신은 먹지 않느냐. 또 오일은 왜 바르지 않느냐.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 계속 그럴 것이라면 다른 사람들 썩게 하지 말고 나가라. 오냐 나가주겠다. 상처가 곪아 터졌다. 물 밑에서는 서로에 대한 비방이 난무했다. 채널도 뭣도 없었고 공개적으로 험한 소리도 오갔다. 지지부진한 진도에 실망한 몇 명의 공대원들은 그날부로 탈퇴하고 다른 공대를 찾아나섰다. '다들 이제 이 공격대는 끝났다'고,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공격대장이 없는 오피서들의 집단지도체제인 우리 공대였기에 더더욱 구심점은 없었다.

더구나 이번엔 신규 공대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공격대에게 주어진 날은 일주일 가운데 단 이틀이다. 불뱀을 포기한 채 켈타스만 헤딩해서야 가망이 없다. 불뱀을 파밍해 장비 수준을 올려서 다시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였다. 타당했다. 일리있는 지적이었다. 돌아가는 방법도 분명 길은 맞을 테니까. 그래서 공격대는 신입 공대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불뱀 제단에 하루를 할애했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바쉬 킬에 실패했다. 파밍한 지 몇 주일이나 된 공대가 바쉬를 킬하지 못했다는 것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표현이 딱 적절했다. 모두가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줄진형과 나.
3.
항상 조용하기만 하던 메인탱커 S가 나선 것은 그때였다. 그는 공격대 카페에 글을 올려 "지난 2주간의 켈타스 트라이가 성급하고 무모한 트라이는 절대 아니었다"며 "공격대의 약점을 확인하고 호흡을 '제대로' 맞춰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닥 나서지 않던 메인탱커의 말은 공격대에 제대로 먹혀들었다. 구심점이 필요했던 것은 모든 공대원들이 마찬가지였다. 상처는 크고 고통스러웠지만, 수습은 재빨랐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분쟁은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과도 같은 상태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공격대는 선택의 기로에 선 상태였다. 안전한 파밍이냐, 무모한 헤딩이냐다. 장비 상태가 뒤쳐져 있는 신규 공대원들을 파밍시켜 다시 도전하는 것이 정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2.3 패치 이후 켈타스의 너프로 인해 수많은 공격대가 켈타스 선스트라이더를 넘어섰다. 우리는 한참 뒤쳐져 있었다. 이 상태로 몇 주일 동안 더 정체된다면 공격대는 정말로 와해될지도 모른다. 비록 노골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모두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오피서진은 해당 주간의 일정을 켈타스 트라이에만 쏟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운명의 그날은 왔다.
내가 이 와우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도 그날 벌어진 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진산마님 따라해보기).
by 달빛이야기 | 2007/12/13 17:05 | WOW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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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쟈쟈 at 2007/12/16 03:08
......같은 섭이야기라서 그런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군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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