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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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의 WOW 이야기 (12) : 공격대 파괴자
모기머리가 된 나의 캐릭터
1.
누가 공격대를 파괴하는가. 폭풍우 요새의 켈타스 선스트라이더일까? 틀렸다. 보스몹이란 공격대원의 장비와 경험, 팀웍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순간 잡을 수 있는 데이터일 뿐이다. 진정 무서운 공격대 파괴자는 따로 있다.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다. 특히 누군가의 욕심이 개입되어 만들어진 제도 말이다.

그저께 알렉스트라자 서버 호드, 오전 공격대 하나가 산산조각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공대장의 취직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사퇴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상의 이유였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포인트 제도 때문이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이 대목이었다. "일반 공대원들은 하루 레이드에 참가하면 10점, 대기자는 7점을 받는다. 오피서들은 반드시 레이드에 참가하며, 풀 참가시 15점을 받는다."

산산조각날 만한 대목이다. 애초에 레이드에 참가하는 인원수는 스물 다섯 명이다. 열 개 직업이 참가하기에 직업별 TO는 한정된다. 두 명 참가하기도 하고, 많으면 네 명 참가하는 클래스도 있다. 그런데 클래스장이 참가하게 되면 가뜩이나 적은 TO는 확 줄어든다. 마른침을 삼키며 주사위를 굴린다. 2진수가 장난을 치고 모니터 앞에서는 환성과 한숨이 교차한다. 대기 채널에 있는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하릴없이 기다리다가 레이드가 끝나면 7점을 받아간다. 오피서는 15점을 받는다. 두 배의 차이다. 당연히 오피서들은 포인트 깡패가 되고 좋은 템을 먼저 먹어간다. 같이 참가한다고 해도 그러할진대, 대기자라면 아무리 풀 참가를 한다고 해도 그 간극을 메울 수가 없다. 다음은 뻔한 스토리다.

한 공대의 해산에 숨겨진 이야기는 저러했다. 나는 공대장의 사퇴가 단지 겉으로 보이는 원인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부공대장이 자리를 이어받으면 간단했을 문제겠지만, 저런 제도 아래서 구심점이 없어져도 버틸 수 있을 만큼 공대원들이 단합되어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늘 먹는 사람만 템을 먹어가니 의욕이 날 리가 없잖은가. 더구나 레이드는 특정 인원만 잘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공대 전체가 템의 수준이 좋아져야 하기에 진도도 지지부진하다. 약한 충격에도 깨져나갈 만큼 그 공대는 분열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공격대를 깨뜨린 원흉은 몹이 아니었다. 인간의 조그만 욕심에서 비롯된, 잘못 만들어진 제도가 공격대를 파괴했다.

공격대의 목적은 강력한 우버몹을 쓰러뜨리고, 그 전리품을 챙기는 데 있다. 아무리 미화하고 치장한다손 쳐도 진실은 하나다. 플레이어는 참석하고 포인트를 받으며, 모은 포인트를 투자해 아이템을 획득한다. 포인트 제도란 플레이어가 투입하는 자원에 따라 보상받는 게임 상의 자원을 규정하며, 공격대 유지의 근간이 된다. 불공정한 포인트 제도로 플레이어의 욕구가 공격대에서 만족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더이상 공대에 출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누구도 소외받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오피서들이 공정한 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EBS 길드, 대족장과 부하들
3.
"…우리 공대는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에 대해 30포인트부터 입찰이 가능한 공개 경매로 진행한다. 직업 제한 아이템의 경우 10포인트부터다. 신입 공대원은 가입 축하 30포인트가 주어지며, 공격대 일정에 4회 참여한 이후 입찰할 수 있다. 공격대에 하루 출석할 때마다 10점을 획득한다. 대기자도 마찬가지다. 토/일요일 모두 출석할 경우 5점의 개근포인트를 주며 양일 모두 출석했을 경우 25점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공대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만들어낸 NBK(New Boss Kill) 보너스. 새 보스를 잡았을 경우 그 자리에 있던 공대원 모두(대기자에게도)에게 포인트가 지급되는데, 이는 30점으로 한 주 동안 꼬박 공격대에 참여한 것보다 많다. 물론 포인트가 깎이는 마이너스 포인트(일명 마포)도 있다. 공격대 일정에 24시간 전 통보하고 불참할 경우 5포인트, 통보 없이 무단으로 불참할 경우 20포인트가 깎인다. 물론 포인트를 제시해 아이템을 획득한 사람도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와우에는 '좋은 공대는 오래된 공대이고, 좋은 공대는 포깡이 많다'는 말이 있다. 신입 공대원이 들어가서 아이템을 먹으려면 한없이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속사정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숨겨진 한마디가 더 있다. '대신 공정하다'는 것. 내가 속한 TG공대는 오피서에게 1포인트의 가점만을 부여한다. 미미하고, 괘념치 않을 정도다. TG공대 카페의 게시판에는 '포인트 제도가 변경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공지사항들이 몇 개월 간격으로 올라와 있다. 처음에는 불공정했더라도, 끊임없이 회칙을 바꾸고 두드리며 고쳐온 제도라는 뜻이다. 그것은 이 공대가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고쳐나가는, 진화하는 단체라는 말과 동일하다. 초짜가 처음으로 택한 공대치고는 아무래도 운이 좋았던 듯하다.

덤.
by 달빛이야기 | 2007/11/20 18:12 | WOW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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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abri at 2007/11/20 21:38
이런 사건 또 있었나.. 몇달전에도 한번 이런일 있어서 시끄러웠는데(....)

..그나저나 DPS 1등 오오(....)
Commented by ALbaTro at 2007/11/21 01:34
빈빅빈 부익부의 되물림이군요..
Commented by 카레 at 2007/11/21 09:40
...분무기에게 뒤지는 냥꾼은 겜 접으라고 하세요!(농담)
우리 서버인거 같은데 어떤 냥꾼 커플이 카즈로갈인지 어디선가
둘이서 DPS 1/2등을 먹었다고 하더군요. 야냥/사냥커플 둘이서 한팟.
야냥은 1700, 사냥은 1400. 대장님도 힘내시길'ㅅ' 더러운 냥꾼새퀴들은 아직도 멀리 있습니다!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7/11/21 22:11
비공개님 / 좀 씁쓸하죠…그리고 죄송스럽지만 신수사제는 꽉찼심더 ㅠㅠ

타 / 우쭐

대알군 / 네. 오피서가 욕심 부리려면 한없이 부릴 수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감투도 아니건만 뭐 그리 핏대를 올리는 건지.

카레군 / 더럽군. 저도 검사템만 줏어먹으면!!
Commented by Filia at 2007/11/24 09:15
좋은 공대에 들어가셨군요. 공대가 깨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정말 오래된 공대는 신입 공대원으로서 뭐 줏어먹기 힘든 건 사실인 거 같습니다. 정공은 오리 막판에 검둥 공대를 잠깐 다녀본 것 뿐이지만 그 공대는 그래도 분위기가 좋은 공대여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기사 10명쯤 되는 공대여서 문제였지만요 orz)
슬슬 파밍 정식으로 하라고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대란 곳에 마음이 통 동하지 않네요. 아무래도 저한테는 공대가 주는 도전의 즐거움보다는 공대 내의 갈등이나 공대 특유의 구속성이 싫은 모양입니다.=ㅅ=;
그런 걸 다 감수하고 정규 공대 뛰시는 분들 존경스럽니다.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7/11/25 08:50
Filia님 / 아하하. 존경스러울 정도는 아니고요;;

역시 우버몹이랑 싸우는 것 자체는 몹시 재밌습니다. 단지 공대라는 것도 사람이 모인 동네다보니 싸움이 벌어지는 건 똑같네요.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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