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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어느새 달빛이야기라는 타우렌 전사는 제법 탱킹을 할 줄 아는 전사가 됐다. 녹색 퀘스트 보상템을 주렁주렁 달고 겁먹은 채 미궁으로 향하던 초보 전사는 어느덧 보라색 에픽쪼가리를 걸친 베테랑으로 변해갔다. 접속을 하면 같이 던전에 가자는 귀엣말이 가끔 올 정도니 라이트유저인 그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보조기술인 채광도 대장기술도 거장의 경지에 올랐다. 며칠 전에는 25인 공격대 던전인 그룰의 둥지를 공략하는 임시 파티에 참여했다. 대규모 공격대가 참여하는 25인 던전은 처음인지라 덜덜 떨면서 증강의 영약을 마셨다. 요리도 먹었다. 던전 입구에 들어섰고, 모니터 가운데는 오우거의 왕이라는 '왕중왕 마울가르'와 그의 4형제가 보였다.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뛰었다. 전투가 시작됐다. 형제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마울가르를 일점사하던 도중 메인탱커가 돌연 쓰러졌다. 힐이 끊긴 사이 그만 강타를 맞았던 것이다.순간 반사적으로 도발을 눌렀다. 캐스터들에게 달려가려던 마울가르가 멈칫 하면서 내게 고개를 돌렸다. 마울가르를 탱킹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누워가며 쌓은 경험이 헛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본능적으로 벽에 등을 대고 마울가르와 맞섰다. 머리 위로 밝은 녹색의 힐링 이펙트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조금만 버티라고 귓말로 격려도 들어왔다. 7번 단축키에 저장된 방패막기를 눌러댔다. 쉴새없이 방어구를 가르고 도발을 걸었다. 방패의 벽, 생명석, 최후의 저항 스킬까지 쓰면서 죽을 힘을 다해 버텼다. 오우거 왕의 녹색 체력바는 서서히 깎여내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몸을 땅에 뉘였다. 레이드보스를 잡는다는 건 결코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일주일 전에는 꿈에 그리던 메디브의 마탑 카라잔에 메인탱커로 도전했다. 사냥꾼 어튜맨, 집사 모로스와 고결의 여신. 오페라의 극장을 거쳐 전시 관리인, 테레스티안 일후프까지 강력한 보스들을 하나씩 물리쳤다. 하지만 옆에서 메인탱커를 지켜보던 것과 실제로 보스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전혀 달랐다. 팔랑귀인데다 경험 적은 메인탱커는 연신 실수를 했다. 파티는 수없이 전멸했다. 실제로 그들이 걸어온 길은 공격대원들의 시체와 그들이 쓴 수리비로 덮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리라. 결국 최종 보스인 공작 말체자르 앞에까지 이르렀건만 본인의 실수로 몇 번씩이나 전멸하고 말았다. 결국 잡지 못하고 몹이 리젠되어 공대는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정말이지 화가 났다. 2. 와우의 캐릭터 선택 화면에는 현재 남아있는 사용기간이 나온다. 어제 19시간이 남은 것을 얼핏 봤다. 인벤창을 열어보니 영웅 던전 보스에게서 드랍되는 [정의의 휘장] 코인이 34개가 모여 있었다. 개중 33개를 써 NPC에게서 '콜다라의 하늘빛 방패'를 샀다. 샤트라스의 상점에서 파는 것 중 탱커에게 꽤나 좋은 에픽 아이템이다. 처음 샤트라스에 들어왔을 때 가장 가지고 싶었던 방패였다. 지금까지 쓰던 용기의 백금 방패를 팔고 콜다라를 짊어졌더니 기분이 새로웠다. 내친 김에 체력을 증가시키는 마법도 부여해줬다. 진산마님의 공격대 이야기에서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 구절이 문득 생각이 났다. "레이드는 끝이 없다. 자신이 끝내는 순간이 바로 엔딩"이라는 한 전사의 말이었다. 게임 때문에 자신의 현실이 침범당한다면 슬슬 위험 수위가 아닐까. 더구나 게임으로 인해 현실이 피폐해진다고 해서 누구도 사정을 봐주지는 않는다. 자신의 선택이고 자신의 책임이다. 정말 즐거웠고, 스스로 빠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와우의 세계였다. 하지만 이제 슬슬 현실로 돌아갈 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겼으니까. PS> 포스팅이 뜸하다. 게임 이야기를 적을 때는 참 잘 써지는데. 생각이 많아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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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중 직장인 몽상가 최근 등록된 덧글
고맙습니다 헤헤^_^
by 달빛이야기 at 10/06 정말로 신장 팔 것 같습니다... by 달빛이야기 at 10/06 오랜만이예요. 역시 감사 .. by 달빛이야기 at 10/06 아 저런...-_-; 축하를 .. by 달빛이야기 at 10/06 전 가우루에요! by AKI☆ at 1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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