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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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우치 나오코(武內直子)
'작품 이름 맞추기' 퀴즈를 하나 내보자. 이 작품은 92년 3월 ‘TV 아사히’에서 처음으로 전파를 탔으며 97년까지 총 5개 시리즈 200화의 거대한 시리즈로 완결된 애니메이션이다. 원작 코믹스의 단행본 발행부수는 무려 120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17회 코단샤(講談社) 만화상 소녀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당 작품의 이름은 무엇일까. 아직도 모르겠다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대사를 외쳐보겠다.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어(요)!"

이래도 아직 답을 모르시겠다면 나이가 꽤 어리신 분이든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자체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분이실 가능성이 높다. 성우 최덕희 씨의 이 멘트는 두고두고 소녀팬(가끔 드물게 남성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로 시작되는 국내판 여는 노래 역시 청소년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이만하면 짐작했을까. 이번 작가론의 주인공은 「달의 요정 세일러문(美少女-士セ-ラ-ム-ン)」의 작가. 타케우치 나오코(武內直子) 여사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美少女-士セ-ラ-ム-ン) 애니메이션 이미지

마법소녀물은 매우 유서 깊은 장르다.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작품들이 명멸하는 중에서도 세일러문은 지금껏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왔다. 밍키 모모도, 큐티 하니도 세일러문에 비교하기엔 한계가 있다. '싸워 이겨야만 하는 적'과 주인공으로 구축된 권선징악의 틀을 마련하고 그 안에 주인공 마법소녀들을 '다수' 등장시킨 점. 더구나 수많은 주인공들에게 각기 확연한 캐릭터를 부여해준 스토리야말로 독자들과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주 요인이 됐다. 결과적으로 92년 이후 만들어진 변신-마법소녀물은 세일러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에 처했다. 마법소녀가 셋 이상 등장할 경우 십중팔구 ‘아류’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큼,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들이 만화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사실 세일러문의 이력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된다'. 93년 11월 13일의 시청률은 무려 16.3%. 관련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의 종수는 1200여종을 넘어섰다. 가장 업황이 좋았다는 94년의 캐릭터 상품 매출은 연간 2조 6천억 원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2006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학연합총회에서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의 지위에서 끌어내리기로 결정했을 때, 당시 일본의 동인들에게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바로 "세일러 플루토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세일러문의 판권을 가진 <토에이(東映)>사는 아사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질문들에 "(2차 창작물의) 설정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공식 코멘트를 내놓아야만 했다. 만화왕국 일본서 세일러문의 위치는 딱 그 정도였던 셈이다.

세일러문 공식 누리집(sailormoon.channel.or.jp)

분명 저 위대한 작품을 낳았다는 점에서 타케우치 나오코 여사는 훌륭한 만화가'였'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렇게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나의 히트작을 낸 후 그에 매몰된 작가들을 우리는 너무도 부지기수로 보아왔기에 그러하다. 실제로 '세일러문'이라는 거대한 작품의 무게가 그녀를 더 이상 펜을 잡지 못하도록, 혹은 잡지 않아도 되도록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녀는 2005년 잡지 '나카요시'에 신작 「とき☆めか!」를 연재하기 시작했으나 지금은 긴 휴재 상태에 들어가 있다. 세일러 문의 공식 누리집(http://sailormoon.channel.or.jp/)에 '타케우치 나오코 공주의 방(武-直子-のお部屋)'이라는 작가 코너도 존재했지만 이제는 굳게 닫혀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그네를 작가론에 넣어야 할지 고민한 이유는 간단하다. 나오코 여사의 작가 수명은 이미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녀를 아는 많은 이들이 ‘나오코 공주(그녀의 별칭)가 또 다른 작품을 쓸 수 있을까’ 라는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니까. 어쨌건 지금에 와서야 작가론에 그녀의 이름을 한 줄 더하는 이유는 결코 지금까지의 위대한 작가를 기리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오히려 한 작가로서의 부활을 기대하는 팬의 바람에 가깝다. 지금의 내가 가진 비관적인 예상을 '나오코 공주'가 반드시 깨 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것, 굳이 숨기지는 않겠다. 크게 빗나갈수록 더욱 즐거운 예측도 가끔씩은 있는 법이잖은가.

*이 글은 만화규장각(http://kcomics.net) 4월 매거진에 게재됐던 글입니다.
by 달빛이야기 | 2007/05/14 10:25 | CCL PRESS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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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hirou君 at 2007/05/14 10:28
제가 바로 저걸 보면서 중.고등학교를 보낸 세대지요.[중얼]
시리즈를 비디오테이프에 더빙해서 친구들과 돌려보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그것도 남자녀석들이.OTL
Commented by 美妙 at 2007/05/14 10:31
이미지 순서가 뒤바뀌었네요 (....)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7/05/14 10:35
냐하하 실수.
Commented by DarthSage at 2007/05/14 13:05
다케우치 나오코, 토리야마 아키라. 정말 후속작을 기다리고 있는 작가지만 전작을 뛰어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에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는게 정말 아쉽죠. 후지사와 토루의 경우만 보아도 후속작 내는 족족 죽쑤고 있으니... 반면 아기 타다시 같은 경우는 필명을 바꿔서 수많은 좋은 작품을 쏟아내는걸 보면 참 아리송 합니다.
Commented by 팥· at 2007/05/14 13:55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친건 토에이사의 '세일러문 애니메이션' 이지, 타케우치 나오코의 '세일러문 만화책' 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둘을 너무 쉽게 동일시하여 생각하는건 아닐까?
세일러문 원작 만화책도 읽어보았지만 평범한 순정만화 이상의 매력은 느끼기 힘들더군.
억지로 비교하자면 이명진의 라그나로크와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관계랄까?
Commented by 미즈키 at 2007/05/14 13:57
...토가시 요시히로씨가 헌터헌터로 잘 벌어들어야할텐데 말이죠.
[뜬금없이 생뚱맞은 이야기]
Commented by 라휘-르 at 2007/05/15 08:03
타케우치하면 타입문밖에는...ㅜㅜ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7/05/15 10:00
세이지님 / 생각해보면 토리야마 아키라도 그렇지요. 몇몇 후속편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잊혀진 작가가 됐죠. 압박감에 억눌리지 않는 것도 기량인가 봅니다. 자기가 세운 탑과 마주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팥 / 동일시하는 것 맞아요. 작가가 없었으면 애니도 없었겠죠. 그리고 님 존대좀 써주세요.

미즈키님 / 가장 부유한 커플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요~_~;

라피르님 / 이런 달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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