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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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위한 변명
1.
쏠림 현상(tipping). 한 상품의 소비자가 일정 수를 넘어서면, 다른 제품을 쓰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한쪽으로 몰리게 되는 것을 말한다. 전국의 1640개 스크린 중 40%에 가까운 620개를 점령한 ‘괴물’이 그렇다. 1천만 관객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 그 와중에 싹쓸이 논란이 불거졌다. 문화다양성의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 영화가 차지하는 스크린의 비율을 30%로 제한하자는 천영세 의원의 발의도 나왔다.

그러나 의문이 든다. 사람들이 한 영화에 ‘쏠렸다’는 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현상일까. ‘쏠림’의 본질은 결국 침해당할 수 없는 소비자의 ‘선택’에 불과하기에, 정답은 NO가 될 수밖에 없다. 극장주들이 어떤 영화를 극장에 내걸 것인지, 소비자들이 어떤 영화를 볼지는 명백하다. 잘 팔릴 영화를 선택하고, 재미있는 영화의 표를 구매한다. 괴물의 우위는 마케팅 전략과 유통구조가 그 원천이었을 뿐이었다. 반대로 가정해보자.스크린 수를 제한해 ‘괴물’을 보고 싶은 사람이 영화를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면 어떨까.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한 정부의 실패이며 역차별이다. 과유불급이다.

문화다양성은 스크린 수의 제한이라는 규제의 도입으로 단숨에 만들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애초에 영화인구가 1000만 남짓에 지나지 않는 국내의 협소한 시장에서, 다양한 문화적 수요가 창출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파이가 작다. 인디영화, 성인영화 전문상영관이 이미 존재하지만, 관객이 찾지 않아 거듭된 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이유다. 다양한 공급은 최소한의 수요가 전제되어야 비로소 생겨난다.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파이를 키우려는 다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규제의 도입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뿐이며, 실시된다고 해서 소비자가 갑자기 인디 영화에 눈을 돌릴 리 없다는 얘기다. 문화 ‘제한’이 아니라 문화 ‘육성’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예술 지원 산업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준다. 프랑스는 다음 영화를 찍을 때까지 제작자의 연봉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투자와 제작, 연출의 다양화를 독려한다. 마이너쿼터를 비롯한 육성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한국에서 뒤늦게나마 나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쏠림’이 아닌 ‘선택’을 인정할 때다. 재미있는 영화의 스크린 숫자에 제한을 가하면 관객도, 영화관의 수입도 줄어들게 만들 수 있다. 극장주는 영화관을 만들고 좋게 유지할 유인이 없어지며, 영화인에게 돌아가는 스크린의 숫자도 감소한다. 공멸이다. 영화계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은 관객의 선택을 인정할 때 늘어난다. ‘선택’을 인정하고, 제한이 아닌 육성으로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문화다양성으로 나아가는 숨겨진 첩경(捷徑)이 될 수 있다.

2.
여기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슬슬 괴물 열풍이 사그라들 때가 됐으니.
by 버섯군 | 2006/09/09 23:32 |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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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산왕 at 2006/09/09 23:50
재미있게 봤는데 '넌 재미있어서 본 게 아니라 쏠려서 본 거야!'라고 누가 그런다면 --; 기분이 좋진 않죠 -0-;
Commented by ALbaTro² at 2006/09/09 23:51
너무 잘해도 문제가 되는 세상인거죠 -_-a
Commented by DarthSage at 2006/09/10 00:48
전 그 유명한 태극기 휘날리며도 안 본 사람이라 영화쪽에서 왜 저렇게 싸우는지 이해 불능입니다 허허.
Commented by Shirou君 at 2006/09/10 08:31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잘하는 사람, 뛰어난 사람들...
공개적으로 깎아내리고 비하하는데서 기쁨을 느끼는 걸지도...[씁쓸]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괴물' 과 일본 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 극장판 3편 폐기물 13호' 의 이야기는 어쩐지 그 연장선상이 아닐까도 싶어집니다.
시작은 일본 2ch 쪽인거 같지만.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6/09/10 10:12
산왕님 / '한국인들의 특성상 화제작을 보게 마련'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만, 어쨌건 극장에서 최종적으로 표를 사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소비자니까요.

대알군 / 음, 그러게요.

세이지 / 영화배급망의 문제로 갈라섭니다. 배급사가 저렇게 스크린수를 독점하면, 그동안 소수영화는 개봉 기회마저 갖지 못한다는 의견인거죠. 근데 개봉해도 사람이 안 드는 걸 어찌합니까(…).

시로군 / 표절 건이라. 정말 닮았다면 표절이라는 말을 들어도 상관없겠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난 것은 없어요. 스크린샷 일면만 보고 그 여부를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겠죠.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6/09/10 14:41
제 주변에는 아직도 안본사람이 있어서. 쏠렸다는 의견은 정말 동의할 수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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