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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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엽서
1.
PAPA, Etyang Cixtus
파파, 에트양 시스투스.
케냐-182720-0194

케냐 나이로비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날아온 엽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파파, 에트양 시스투스. 이름을 되뇌었다. 이제부터 내가 도울 아이의 이름이었다. 사진 속의 아이는 약간 겁먹은 듯한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9월 8일생, 한국 나이로 여섯 살, 노래부르기를 좋아하고 숨바꼭질을 좋아한다는 남자아이라고 했다. 엽서를 계속 들여다봤다. 한참을 들여다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마음은 확실히 닿았다'는 것을. 가볍게 날려보낸 마음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돌아와 내 가슴으로 힘껏 부딪쳤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무심했던 내게 돌아온 결과는 마치 기적같은 것이었다. 사진 속의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영양가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이가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되고,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랬다. 우리에겐 공기처럼 존재하는 것들이 그곳에서는 결코 당연한 존재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8년,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4년. 아마도 이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앞으로 16년,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때까지는 매달 이 아이를 돕게 되겠지. 사진 속의 이 아이가 밝게 웃음짓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지금은 무엇보다도 크다. 처음 보냈던 한 달 20달러의 돈, 정말 약간의 돈이었다. 술집에 가는 것을 한 번만 참으면 되는.

충동적으로 보냈던 그것을 값싼 감정이라고 매도한다 해도 할 말은 없다. 지하철에서 적선한 것을 제외한다면 지금까지 남을 돕는 것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던 나였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20달러의 돈이 한 아이를 돕고 -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이 좀 더 나은 쪽으로 바뀌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나에게는 충분히 값진 결과다. 속칭 '값싼 감정'으로라도 지금 나의 위치에서 조금이나마 그를 돕기를 원하는 이유다. 남을 돕는다는 것도 행위중독의 일종이라고 했던가. 나의 빛바랜 눈에도, 어디든 현장으로 달려가는 활동가들의 삶은 아름답기만 하다. 만일 내가 지금 품은 꿈을 이룰 수 없게 된다면 몇 년 후에는 어딘가에서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 말고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힘껏 타인을 돕고 있기에 분명 세상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바뀌어간다.

그 사실에 새삼스럽게 감사하며, 엽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생애 처음 쓰는 스와힐리(Swahili)어로, "Jambo(안녕하세요)"라고. 언젠가는 그 아이에게서 "Nakupenda(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겠지.

기다려진다:)

2.
생년 월일 : 2001년 9월 8일 (남자)
남자 형제 : 1명 / 여자 형제 : 없음
학교 : 유치원 0학년
좋아하는 과목 : 노래부르기
좋아하는 놀이 : 숨바꼭질
건강 상태 : 보통

파파는 농촌지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으나 지역 자체가 워낙 열악하여 일하고 싶어도 직업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어머니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하루하루 품을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으며, 간헐적인 일감마저도 충분치 않다고 한다.
by 달빛이야기 | 2006/09/05 20:54 | Who is 月光物語? | 트랙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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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mood feelin at 2008/05/02 11:36

제목 : 안녕 모하메드.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엽서모하메드 나라에도 모하메드라는 이름이 많지요? 나도 그래요. 내 이름도 참 흔해요. 나는 한국에서 제일 흔한 성을 가진데다가 이름도 무척 흔해서 같은 반에 내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꼭 둘씩은 있었어요.반가워요.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많이 기다렸어요.곧 생일이네요. 아.. 두세달전에 미리 보내야 한다는데.. 그래도 서둘러 보내야겠어요.공놀이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축구공이랑, 좋아하는 외국어를 많이 공부......more

Commented by Tabri at 2006/09/05 21:06
....잔잔한 감동이다. 값싼 감정이라고 매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을 펴고 말해줘라. '그러는 당신은 뭘 했냐' 라고 -_)/
Commented by 피터팬증후군꼬마네즈 at 2006/09/05 21:08
할 수 있느냐와 없느냐의 차이이지요. 충동이어도 행동이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분명히 와닿는 결과가 되었을 테니까요.
달빛님 멋진 키다리 아저씨가 되길 빌께요^-^~*
Commented by 카레 at 2006/09/05 21:37
키워먹긴가 했더니 남자애군요. 패스.(도망
Commented by Shirou君 at 2006/09/05 22:02
머릿속에 아무리 좋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행동과 소신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미없는 동정이 되어버리니까요.
달빛님의 따뜻한 마음을 얻은 그 소년이 세상을 향해 힘껏 날개짓하기를 기원합니다.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6/09/05 23:11
타블 / 실은 정말 값싼 감정이라고 해도 별 수 없지 뭐. 가벼운 생각으로 등록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내게는)엄청난 선물이 돌아오니까 오히려 조금 당황:3

네즈님 / 아앗 감사. 스케치북이랑 크레파스를 보내주면 좋아하려나(…).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라니 멋지네요 :D

카레 / ㅠ 나도 여자애를 바랬는데!!

시로군 / 실은 누구나 쉽게 가능한 일입니다. 이참에 시로군도 한번 후원해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Commented by ALbaTro² at 2006/09/05 23:19
유니세프쪽인가요?
저도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은 몇번 해봤는데 한번 돕기 시작하면 계속 도와야 될것 같아서 선듯 나서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일회성으로 도와줄 바에는 안하느니만 못할것 같아서..;
Commented by twina at 2006/09/05 23:32
오.. 토군 좋은 일 하네. 좋은 행동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좋은 사람'인거지. 갑자기 달리보이는군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6/09/06 00:47
대알군 / 월드비전입니다. 그리고 해외아동결연은 원래 일회성 후원이 아니랍니다. 잊어먹어도 자동이체로 해두면 안심이니, 대알군도 생각있으시면 등록해 보시구랴아.

룬냥 / 그동안 어떻게 보였는지는, 차마 알고 싶지 않군(…).
Commented by 은령 at 2006/09/06 00:54
호오... 일정한 직업을 갖게 되면 저렇게 계속 꾸준히 하는 것도 괜찮을거 같아요.
Commented by DarthSage at 2006/09/06 01:00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인데 멋지십니다.
Commented by 네오아담 at 2006/09/06 17:16
좋은 일 하고 계시네요.^^ 링크 신고합니다.
Life is wonderful~~!!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6/09/06 19:10
은령님 / 저도 실은 직업을 갖게 되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가 옆에서 말하더군요. '곳간에서 인심난다'지만, 자기 곳간부터 채우려 들면 평생 못 돌아본다고. 그 말에 너무 찔려서^^;;

세이지님 / 허허. 뭐랄까; 정말로 쉬운 일이예요. 가서 등록하시면 되는 일입니다;ㅂ; IRC에서 알려드릴게요.

네오아담님 / 으앗. 진짜 오랜만입니다! 닉네임 본 지 몇년 된 거 같아요(…아니 실제로 몇 년). 잘 지내시려나요:3
Commented by bella at 2008/04/18 15:41
처음엔 이오공감에 오른 글 읽다가, 카테고리 좀 살펴보다가, 와우 보고 키득거리다가, 이글보고선 한참 울고는 저도 후원하기로 했어요. 고맙습니다. 이런 길도 있다는거 가르쳐주셔서요. 결혼한지 1년이 되어 가는데 열흘 뒤면 신랑한테 좋은 친구를 소개시킬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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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헤헤^_^
by 달빛이야기 at 10/06
정말로 신장 팔 것 같습니다...
by 달빛이야기 at 10/06
오랜만이예요. 역시 감사 ..
by 달빛이야기 at 10/06
아 저런...-_-; 축하를 ..
by 달빛이야기 at 10/06
전 가우루에요!
by AKI☆ at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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