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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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이야기] 달려라 성직자 -2-
1.
초보 TR 플레이어들이라면 다들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넘치기 때문에 '오바'하기 일쑤. 컴퓨터 게임으로 생각해 npc를 보면 무조건 달려들어 베려고 하는 플레이어들에다, DM은 플레이어와 맞서 싸우는 존재로서 자신을 npc에 투영해버리곤 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시행착오이긴 하지만요.

어쨌건 성직자 밀크티(…)는 신비스런 가이가의 땅이라는 트래쉬홀드에서, 못된 마법사 바글이 던전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플레이어 일행이 찾아와 제게 친절히 권유하더군요.
전사 A : "저기 성직자시면, 저희 일행과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밀크티 : "무슨 일입니까? 저는 천한 것들과 상종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DM이 RP포인트를 깎았다
-파티원들의 성향이 적대적으로 변경되었다

밀크티 : "실은 전부터 정의를 위해 꼭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전사 A, 도둑 B, 마법사 C와 일행이 되었습니다(프라이버시를 위해, 같이 삽질하며 고난을 헤쳐나왔던 캐릭터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2.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바글을 잡기 위해 도착한 곳은 어느 성터.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성 주변을 휘돌고 있었습니다. 저쪽에는 성벽이 갈라진 부분이 보여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멀리서 보니, 성문은 굳게 닫힌 것 같아요. 뭔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이는 듯합니다."

실감나는 던전마스터의 설명에, 플레이어들은 그만 쫄아버렸습니다.

전사 A : "…아무래도 살펴보고 가는 게 낫겠지?"
밀크티 : "그럼. 그냥 가다가 죽는 것보다는 백배 낫아."
마법사 B : "빨리 가도록 해, C."
도둑 C : "왜 내가!?!"

-약간의 육박전 후 도둑 C는 용감히 안개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개인 세션이 끝나자, 그는 코볼드 20마리를 이끌고 우리에게 돌격해 왔습니다.

전사 A : "저질렀다 저 자식!!!"
밀크티 : "?!"
마법사 B : "저…저거!!"

하지만 당시 리더였던 전사 A 는 유일하게 침착했습니다.
전사 A : "B, 어쩔 수 없다. 슬립(sleep)을 준비해!"
밀크티 : "오오, 베테랑같이 침착한걸!!"
마법사 B : "매직 미사일!!"

!?!

그날따라 광역마법인 슬립이 아니라, 대인마법인 매직 미사일을 메모라이즈(주 1)했던 마법사 덕분에, 밀크티의 일행은 코볼트들과 신나고 재미있는 난전에 돌입했습니다. 비리비리한 밀크티와 마법사가 쓰러졌고, 도둑이 눕자 남은 전사는 비겁하게 도망치려 했지만 따라잡혔습니다.

-코볼드들에게 전멸했습니다.

DM : "…"
플레이어들 : "…"
밀크티 : "C. 개인 세션에서 대체 뭘 한거냐?"
DM : "이색히가 전의를 북돋는다며 워 크라이를…(말을 잇지 못함)"

-도둑 플레이어를 후들겨팬 후, 모두 캐릭터를 새로 만드려다 지쳐 버렸습니다. 그냥 기절했다 깨어난 것으로 하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근데 쓰다보니 되게 비참하네요 이거…쓰지 말까(…).

주 1) 메모라이즈 : 초짜 DM과 플레이어들이 가장 까먹기 쉬운 것이 메모라이즈, 일명 마법 외우기입니다. 마법사나 엘프의 경우 아침 일찍 1-2시간 동안을 그날의 주문을 외우는데 써야 하며, 성직자의 경우도 1시간 정도의 명상을 통해 신이 내려 주신 마법을 받아야 합니다. 충분한 수면과 이런 메모라이즈 과정이 없이는,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주 2) 슬립, 매직 미사일 : 1레벨 마법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법 중 1.2순위를 차지합니다. 슬립은 말 그대로 일정 범위에 마법을 걸어 (주로 다수의) 적을 잠재워버리는 마법입니다. 하지만 경험을 쌓은 캐릭터나 상위 몬스터들에게는 그다지 효용이 없는 마법이긴 하죠. 그리고 매직 미사일은 말 그대로 마법 화살입니다. 1d6+1의 데미지를 주는 대인공격마법이며, 무조건 맞는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입니다.

주 3) 코볼드 : 개의 머리를 한 인간형 생물로, 신장은 성인 남성의 허리쯤입니다. 사악하고 겁이 많으며, 약합니다(근데 우린 죽었죠).
by 달빛이야기 | 2006/09/02 13:44 | TR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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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baTro² at 2006/09/02 14:04
재미있어요 ;ㅅ;b
Commented by 건전초딩13세 at 2006/09/02 14:16
재밌습니다. ^^
Commented by Shirou君 at 2006/09/02 18:05
1. 마치 초보 전사면서 해츨링에게 '더 이상 볼일 없으면 이만.' 이라고 했던 옛 추억이...[먼산]
2. 재밌습니다. 재밌어요. 역시 비극과 희극은 종이 한장이군요.[?]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6/09/02 22:26
다음 편을 기대하겠습니다>_<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6/09/02 23:55
대알군, 건전초딩13세 / 감사드립니다:)

시로군 / 재미를 위해서 연기하는 것이니만큼 RP는 즐겁게.

달바람님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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