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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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와 언론
1.
인터넷 포탈사이트는 한국 미디어 시장의 공룡이 됐다. 뉴스 포탈 사이트 미디어다음(media.daum.net)은 주간지 시사저널이 조사,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순위에서 전문가 선정 9위, 네티즌 선정 5위에 올라 명실상부한 10대 언론매체로 등극했다. 이미 웬만한 방송과 신문의 영향력을 앞지르고 있다.

기존 언론이 영향력을 잃어가는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안수찬 기자의 말처럼 그들 자신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언론은 독자들의 신뢰와 광고주의 신뢰, 두 종류의 신뢰를 먹고 산다. 한국 언론은 이 가운데 광고주의 신뢰에 기대 지난 반세기를 연명했다. 그리고 광고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권력과의 유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독자들의 신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신속하지만 단편적인 뉴스, 부정확하지만 선정적인 뉴스에 길들여진 독자들은 바로 그런 기성 언론이 만들어냈다. 지금 한국 언론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정작 인터넷 포탈사이트가 아니다. 독자를 ‘단 맛’에 길들여 놓은 한국 언론 그 자신이다.

광고주의 신뢰를 포털사이트에게서 되찾는 전략을 고민하는 한, 한국 언론의 미래는 암울하다. 오히려 활로는 독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데 있다. 이미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시장지향성, 선정성 등에 반발하는 네티즌들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사실'에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것이 기성 언론의 참 역할인 셈이다. 포털의 등장이 기존 언론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동시에, 언론사의 자성 역시 이뤄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를 감지한 서구 언론사들의 행보가 눈에 띄는 것은 그래서다. '더 가까이, 시민 속으로'가 그들의 모토다. 뉴욕타임스의 시민기자제도는 기존 기자들이 미처 취재하지 못하는 다양한 일상사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시민기자들이 보충하는 방식으로 호평받고 있다. 기존 기사에 대해서도 시민기자들의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사실에 가까운 기사들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얘기다. 독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대중화로 인한 변화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한국의 언론사들 역시도 상황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 양산된 시민기자들을 끌어안는 것이야말로 독자들의 신뢰를 재고할 수 있는 기회다. 독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고 그들의 비판을 달게 받는다면, 보다 균형감 있는 기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의 특정 이익집단의 나팔수라는 비난 역시도 줄어들 수 있을 테다. 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포털사이트 다음의 ‘블로거 기자단’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제도가 세계 언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의 레토릭은 마음에 든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분명 한국 미디어 시장의 공룡이지만, 그 번영이 무한할 리 없다. 공룡의 생존전략을 따라잡기보다, 공룡의 시대 이후를 생각하며 전혀 다른 ‘진화’를 고민하는 것이 기성 언론의 길일 것이다. 언론은 시민의 눈과 귀다. 누구보다 공정하고, 사실에 가까운 보도야말로 정도(正道)다.

2.
안수찬 기자의 지적은 예리하다. 포탈사이트를 떠받치는 것은 세 축이다. 우선 뉴스 전달의 힘이다. 어느 매체보다 빠르게 여러 종류의 뉴스를 제공한다. 뉴스 전달의 기동력을 보충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기성 언론이다. 거의 모든 방송과 신문, 심지어 신생 인터넷 매체까지도 자신들이 생산하는 뉴스를 포탈사이트에 ‘실시간 공급’ 한다.

또 하나는 뉴스의 쌍방향성이다. 댓글 기능이 대표적이다. 기성언론에 의해 ‘수용자’에 그쳤던 네티즌들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개입한다. 댓글의 총합은 어느새 ‘네티즌 논란’의 형태로 또 다른 뉴스로 변모한다. 포털 사이트에 등장하는 네티즌 의견은 기성 언론의 전문 칼럼의 힘을 능가한다. 그 교섭 과정을 지켜보며, 네티즌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뉴스를 ‘품평’하는 데 몰두한다.

마지막으로 뉴스의 ‘오락화’다. 재밌고 흥미로운 뉴스를 전면에 배치한다. 구미에 맞는 뉴스를 찾기 위해 채널을 돌리고 지면을 넘기는 수고를 미리 덜어준다. 게다가 각 뉴스는 다시 다양한 종류의 ‘오락’ 컨텐츠로 연결된다. 포털 사이트에 둥지를 틀고 있는 각종 블로그와 전문 사이트 및 컨텐츠들이 ‘더 재밌는 정보’를 찾으려는 네티즌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기성 미디어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크게 두 가지 반응으로 대표된다. 우선 ‘포털 따라잡기’ 전략이다. 각 신문과 방송 인터넷 사이트를 오락성과 속보성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더 지켜볼 문제지만, 그 성과는 기대 이하다. 이미 여러 포털 사이트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후발 주자들이 쉽게 역전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하나는 ‘포털 발목잡기’ 전략이다. 포털의 선정성과 역기능을 비판하면서 그 영향력을 역전시키려는 전략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응이지만, 역시 효과는 미지수다. 검증된 사실보도를 중심으로 선정적이지 않은 뉴스를 전달하는 일이 생긴다 해도, 네티즌들은 여전히 신문과 방송보다 포털을 먼저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by 달빛이야기 | 2006/06/29 14:35 |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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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민주통신 블로그 at 2006/06/29 15:20

제목 : "포털 이용자 운동은 새로운 시민운동이다"
지난 6월 15일, '포털이용자운동 100인 위원회'(이하 '100인 위원회')의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다. 원래 오프 체질이 아니어서, 평소에는 오프 모임에는 거의 참석을 않는 편인데, 이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굽이굽이 난 길을 좇아(-_-) 모임이 열리는 시민행동 사무실을 찾았다. 대한민국의 모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약간의 '코리안타임'이 지난 다음, 각자 자기 소개를 하면서 공식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분은 김영훈님, .....more

Commented by 작은인장 at 2006/06/29 15:28
재미있는 글입니다. 날카롭기도 하고....
근데 현재는 포탈도 사용자들의 욕구를 모두 채워주지 못하는 상태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포탈만 쫒아가려고 하지요.

항상 변화와 혁명은 반대로 되짚어보면서 발견하여 출발하게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ALbaTro² at 2006/06/29 15:30
뉴스를 보다보면 가끔 제목에 혹해서 들어가면
여지없이 낚는 그 글들을 보면 -_ㅜ
Commented by 다스베이더 at 2006/06/29 18:08
네X버는 상주인원 그 자체가 80%는 초딩인지라[...]
Commented at 2006/06/30 02: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6/06/30 11:47
작은인장님 / 감사합니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대알군 / 낚이는 걸 알면서도 낚이지 않던가요; 포털 에디터들의 제목 뽑는 솜씨란 정말 탁월하다니까요.

즈마군 / 정말 초딩은 아니라도, 초딩 총폭탄 정신으로 무장한 박약아들은 좀 있겠죠.

비공개님 / 궁금하지만 그닥 내키지 않는걸요. 그리고 통신어체는 경고없이 삭제되니 주의해 주세요.
Commented by 케키야상 at 2006/07/13 03:08
기성언론이 포탈 사이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질이 틀리다, 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수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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