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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생, 쉰여섯.
아버지는 가끔 한숨을 쉬시곤 했다. 거창한 심리학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깨닫는 시기다. 좌절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끼는 시기, 동시에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오십대다. 매체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떠들어대도 ‘오십대’가 주는 미묘한 느낌의 울림은 감추기 힘들다. 그래서였으리라. 영화를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난데없는 영화라니." 평생 영화를 본 적은 딱 두 번, 어머니와의 데이트와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보았을 정도로, 영화관과는 사돈의 팔촌만큼도 관계가 없던 아버지였기에 그는 난색을 표했다. 주마등같은 흑백 영화세대의 아버지에게 어쩌면 총천연색 영화는 돌이켜 본 자신의 인생만큼이나 낯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유 모를 화가 났다. 아버지의 커다란 손을 잡아끌고 DVD방에 간 것은 그래서였다. 보통 남녀 커플일 텐데, 시커먼 남정네 둘이서 들어오니 놀랄 만도 했으리라. 비디오방 아르바이트생 아가씨의 묘한 눈길을 애써 무시하며 미리 점찍어둔 테이프를 집어 들었다. 40인치 TV보다 약간 작은 스크린에서 인물이 움직이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 그 어두운 골방에서 아버지가 <빅 피시>를 보며 느꼈을 감정은 모르겠다. 당신의 반 정도밖에 살아오지 않은 내가 어찌 짐작하겠는가. 이안 맥그리거는 열연했다. <슬리피 할로우>, <가위손>의 감독 팀 버튼이 만들어낸 파스텔 톤의 환상은 그가 천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이 모든 배경 지식을 몰라도 영화는 볼 수 있다. 아버지는 한 번도 화면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말을 믿지 않는 아들, 윌을 통해 아버지가 꿈꿨고 경험했던 지난날의 환상과 현실이 좁디좁은 골방에서 펼쳐졌다. 마지막에 에드워드가 커다란 물고기가 되어 강으로 헤엄쳐가는 장면에서 내 손을 꽉 쥐었던 것을, 당신은 아마도 기억하지 못하실 게다. 인간은 필멸한다. 그렇기에 언제나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남겨두고자 욕망한다. <빅 피시>에서의 에드워드 블룸은 그의 이야기와, 자신의 꿈을 투영했던 수많은 친구들을 남겼다. ‘인간은 무엇을 남기는가’라는 아버지의 질문에, 그를 둘러싼 세상은 영화와는 다르게 언제나 묵비권을 행사하곤 했다. 하지만 당신은 무언(無言)의 대답에서 작디작은 실마리를 잡아냈던 듯하다. 단지 그것이 오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조금, 아주 조금 늦었기에 아들인 내게 가르쳐 준 게다. 최선을 다한 삶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나 무뚝뚝한 아버지가 털어놓은, 이뤄왔고, 꿈꾸었고 생각했던 것들. 당신이 인생에서 무심코 지나친 선택지에 대한 향수와 후회를 내게 되풀이하지 않게 하려는 작은 소망. 잊지 않기 위해 귀에 똑똑히 새겨 넣었다. 뺨에 한 방울 눈물이 흘렀다. 결코 최루성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둘은 바보처럼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했다. 좋은 영화가 사람의 정신을 이어준다는 말은 사실이었나 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 날은 더욱 특별했다. PS> …수정하려다 그냥 쓴 글 그대로 놔둡니다. 가끔은 고치지 않고 싶은 글도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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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빌려줄까
by tracy at 18:08 ....베타테스터임? by Architect at 14:22 희한하거나 흥미롭거나 이상.. by 소드 at 07/02 200문장 영어회화 씨디를 신.. by 200문장영어 at 07/02 날카로우신걸! by 달빛이야기 at 0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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