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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조그마한 나무통 위에 걸려 있는 줄들을 말총 활로 긁어내는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다지도 아름다운 소리인가. 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숨을 죽였다. 크레모나의 장공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1733년산 바이올린, '레이디 블런트'의 화려한 데뷔였다. 1979년 영국 소더비 경매장에서 18억원에 낙찰된, 경매 역사상 최고가 바이올린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단순한 나무통이 아름다운 음향을 내기 위해서, 오직 손수 만든 70여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듣는 이들은 놀란 토끼눈이 되곤 한다. 사실 악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바이올린만큼 구조가 복잡한 악기도 드물다. 번쩍거리는 니스의 광택과 여체를 닮은 바이올린의 외형은 단순히 장식을 위한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장공이 가진 기술과 정신이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외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은 신중한 작업이다. 몸통의 나무판이 조금이라도 두꺼워지면 바이올린의 생명인 음의 울림이 나빠진다. 그렇다고 음을 좋게 하기 위해서 판을 얇고 가볍게 하면, 이번에는 강도 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악기의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아주 조금이라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진퇴양난, 이러한 모순 사이의 어느 한 점을 선택하느냐가 그 장인의 능력인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공장제 바이올린의 음색은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니콜로 아마티를 비롯한 명공의 손을 거쳐온 그것에는 절대로 따라오지 못한다. 최고의 명공이 직접 만지고 쓰다듬으며 혼을 불어넣는 악기와, 적당히 표준화된 작업 공정을 거쳐 대중을 위해 '찍혀나온' 수백, 수천 개의 고만고만한 공산품 악기의 음색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 정성에서도,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서도 비교하기 힘들다. 문득 어렸을 적에 함양에 있는 조부님의 서가에서 추구통과 죽첨을 가지고 놀던 기억이 새롭다. 대나무 조각이 앞뒤를 동그랗게 둘렀고 위아래는 조각된 돌로 자연스럽게 마름된, 어느 이름 모를 장인이 정성스레 만들었을 추구통. 뽑은 죽첨을 슬쩍 꼽기만 해도 시원스러운 장인의 풍류가 느껴지는 것이, 참으로 그 온기와 멋이 어우러지던 명품이었기에 조부님께서도 손때가 묻을 정도로 아끼셨던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장인의 손을 거친 수공예 물품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다시 한번, 그때의 죽첨을 쓰다듬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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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중 직장인 몽상가 최근 등록된 덧글
고양이 빌려줄까
by tracy at 18:08 ....베타테스터임? by Architect at 14:22 희한하거나 흥미롭거나 이상.. by 소드 at 07/02 200문장 영어회화 씨디를 신.. by 200문장영어 at 07/02 날카로우신걸! by 달빛이야기 at 0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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