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무지하다.
by 달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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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1.
그는 한 명의 히키코모리에 불과했다. 만화에 어릴 적부터 매료된 청년은 만화책과 피규어가 가득한 방에서 만화 대본소만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만화 중독자'라며 이웃에게 손가락질받던 어느 날, 청년은 이윽고 펜을 들어 자신의 내면에서 구축한 세계를 원고지 위에 배설하기 시작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 볼>이후 매달 20만 권씩 자신의 단행본을 팔아치우는 이 만화 중독자의 이름은, <유유백서>와 <헌터헌터>의 작가 토가시 요시히로다.

산업화 시대의 일본에서 '중독'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음습한 공포의 색깔을 띄었다. 단어에 포함된 '독(毒)'이라는 한자어처럼, 이따이이따이 병의 원인이었던 중금속 중독을 비롯해 마약과 알코올 따위의 잿빛 단어들과 맞물려온 기피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단어의 뉘앙스가 조금 달라진 듯하다. 한 잡지의 앙케이트에 따르면, 21세기의 일본 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에 '중독'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1983년 일본에서 매니아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오타쿠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중독이라는 단어는 프라모델, 게임, 만화를 비롯한 일본 대중문화의 전방으로 퍼져나가며 중립적인 의미를 띄게 되었다.

많은 신세대들이 자신의 세계 안에 바깥의 소리를 차단하는 껍질을 구축하고 틀어박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탐닉하며 독특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나아가 실행에 나서고 있다. 만화가 토가시 요시히로는 그들을 대표하는 성공한 아이콘이었던 셈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중독이라는 단어에 '가능성'이라는 의미가 내포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리라.

실학자 박제가의 저서 백화보서(百花譜序)에는 "홀로 걸어가는 정신을 갖추고 전문의 기예를 익히는 것은 왕왕 벽(癖)이 있는 자만이 능히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벽이란 인이 박인 습관이며,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과 통하는 말이다. 안주하는 순간 도태되는 경쟁 시대인 만큼, 지금은 다양성과 가능성의 탐색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공무원 시험에 목매는 열 명의 수험생보다,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디고 가능성을 열어가는 한 명의 '중독자'가 필요한 때가 어쩌면 바로 지금인지도 모르잖은가.

2.
미안, 거짓말했어요.
어쩌면 '중독자'들의 운명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불운할지도 모릅니다.

…대다수는 철저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무명선수와 같은 운명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18세기 조선 시대의 중독자들 - 일명 미친 사람들. 허균, 박제가, 박지원, 정약용 -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중독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환경이라는 데엔, 일말의 희망을 걸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by 버섯 | 2006/03/13 22:18 |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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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스베이더 at 2006/03/16 23:13
...좋은게 아니라고 보는데[...]
Commented by 리느린느 at 2006/03/18 01:25
중독자가 되고 싶네요.
요즘의 생활은 너무나도 늘어져있어서 스스로 보기가 싫어져서요 ;ㅅ;
Commented by 버섯 at 2006/03/21 09:41
중독=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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